갑자기 변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늘어진 몸과 정신을 깨워줄 상쾌한 기운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한 뒤 떠나는 여행은 지친 일상을 다독여준다.
여행에서 계획을 세우는 일도 하나의 재미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장거리 여행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에 치여 떠나지 못했더라도 잠시 짬을 내어
‘무계획 근교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여행 전문가 5인이 적극 추천하는
서울 근교 여행지 5곳을 따라가 봤다.
강화 석모도…붉은 노을 머무는 포구
아름다운 겨울 여행지로 섬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석모도는 볼거리가 많아
젊은 시절 한번쯤은 다녀왔음직한 여행지다.
아련한 추억의 그림자를 찾아 떠난 그곳엔 쓸쓸하지만 분위기 있는 풍치가 있다.
석모도로 가는 배를 타는 일은 섬 여행의 묘미다.
강화도 외포리항에서 서쪽으로 1.5㎞ 해상에 떠 있는 석모도는
여객선(삼보해운·032-932-6007, 3324)으로 10분이 채 안 걸린다.
승객들이 던지는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 떼와 함께 석모도 여행은 시작된다. 섬 길은 해안을 따라 41.8㎞로 둥글게 연결되는데 가는 길목 곳곳에 아름다운 겨울 바다가 펼쳐진다.
섬의 남동쪽 끝에 위치한 해명산, 중앙에 있는 상봉산이 산지를 이루고,
상주산이 이어지는 북부와 서부의 간척지는 평지를 이룬다.
이 세 개의 산에서 삼산면이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삼산면은 간척사업으로 석모도를 비롯한 9개의 섬을 연결했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할 겨울철 명물은 갯벌 진흙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지는 핏빛 낙조다.
낙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명소를 먼저 둘러보자.
해명산과 상봉산 사이에 위치한 보문사에 관광객의 발길이 머문다. 동이 틀 무렵 절 앞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눈썹바위의 마애관음 보살상을 듣고 보기 위해서다.
과연 강화8경으로 손꼽히는데 손색이 없다.
보문사 관광은 일주문에서부터 걸어 경내의 석굴법당을 보고,
윤전대를 지나 눈썹바위 마애불상까지 발품을 팔아 올라가는 코스로 이어진다.
돌아가는 탑으로 잘 알려진 윤전대에는 소원을 써서 넣고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내려 온다.
눈썹바위 밑에 정교하게 새겨진 마애불상의 실눈은 감겨 있는 듯하면서 늘 미소를 띠고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양식장을 하다가 5년 전 발견한 시욕장은 지하 700m에서 분출되는 자연 해수온천이다. 시설은 미흡하지만 짠맛에 쓴맛까지 가세한 뜨거운 온천수에 반신욕을 즐기고 나면
관광으로 뻣뻣해진 다리가 금세 풀린다. ‘웰빙’이 따로 없다.
찬물이 전혀 없어 오래 즐기는 건 무리.
섬의 서쪽 끝으로 가면 민머루 해수욕장이 나온다.
민머루 해안에서 보는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
지는 해가 바다를 걷는 여행 동반자들을 아름답게 장식해준다.
파주 헤이리…문화 향기 그윽한 마을 헤이리 예술·문화 마을에 가면 디자인의 힘이 느껴진다. 또 우아한 문화의 향기가 그윽하다.
격조 높은 레스토랑의 별미도 향기롭다.
15만 평 단지 안에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 명의 예술인이
살림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카페 등의 공간을 꾸리고 있다.
‘헤이리’는 파주 지역에 전해지는 전래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아무 뜻 없는 순 우리말이 마을 정경만큼 아름답다.
헤이리의 길은 바둑판 모양으로 반듯반듯한 신도시와는 다르다. 지형을 따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휘어진다.
천천히 차를 몰거나 산책하면서 저마다 다른 모양의 건축물에 눈길을 주기 좋은 길이다.
이곳에서 새로 건물을 지으려면 주민들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마을 전체 조화를 거스르거나 지형의 풍경에 반해서는 안 된다.
건물 외관 빛깔도 심사 대상이다.
너무 튀어서도 안 되고 천편일률적이어도 안 된다.
조화, 그것이 이곳 헤이리 마을에 주어진 가장 큰 화두다. 눈으로 디자인의 힘을 확인했다면 직접 건축물 안으로 발걸음을 떼 보자.
단지 중심에 자리한 북 하우스(031-949-9305)는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인 김언호씨가 운영하는 책방 중심의 문화 공간이다.
뒷산 능선을 모티프로 삼아 외관이 주변 경치와 잘 어울린다.
2층 책방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빼곡하다.
1층의 레스토랑 ‘포레스타’(031-949-9303)에서 와인과 풀코스 요리를 즐기는 것도 낭만적이다.
한향림갤러리(031-948-1001)로 가는 오르막길 초입에는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음악감상실 ‘카메라타’(031-957-3369)가 있다.
카메라타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방’이라는 뜻이다. 나뭇결 모양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투박해 보이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안온한 분위기의 공간에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한향림 갤러리는 단지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은색, 갈색이 어우러진 지붕과 도자기처럼 은은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한국 근대 옹기와 현대도예를 테마로 한 전시품을 볼 수 있다.
갤러리 2층 카페 리모즈에서 차를 마시며 헤이리 풍경을 되뇌어 보는 것도 좋다.
레스토랑을 겸한 식물감각갤러리(031-957-3123), 북 카페 반디(031-948-7952), 인물미술관 93뮤지엄(031-948-6677), 영화자료박물관인 씨네팰리스(031-957-7763) 등도 놓치기 아까운 예술 공간이다.
남양주 운길산…커피향에 사랑 익는다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에 있는 운길산.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한 여행지다.
강변 카페촌 드라이브 길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그래서일까?
운길산으로 향하는 길은 늘 기쁘고 생동감이 넘친다.
송촌리 동구 앞에서 북쪽으로 꺾어 들어
운길산 길을 2km 정도 올라가면 아담한 옛 절,
수종사가 반겨준다.
비포장 도로는 시멘트 포장으로 바뀌었지만 일부러 트레킹을 하는 여행객이 많다. 군데 군데 숲길이 남아 있어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트레킹하는 동안 뒤를 돌아보면
멀리 양수대교와 북한강, 남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길이 가파른 곳도 있어 힘들지만
하얀 입김을 뿜으며 40여 분을 걷노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등산로와 절집 갈림길부터는 돌계단이 이어진다.
절에서 물건을 올릴 때 쓰는 도르래 줄이 눈에 띈다.
수종사는 세조 때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서가 깊지만
가파른 산정에 있어서인지 절의 외관은 소박하다.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대웅전 옆에 있는 들과 허름한 불이문이다.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인 불이문 옆에는
키 40m, 둘레 7m가 넘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세조가 심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
그 전설대로라면 은행나무의 수령은 500년이 훨씬 넘었다는 얘기다.
가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나 우수수 낙엽이 떨어질 때 그 운치가 멋지다. 절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양수리의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
“막힌 가슴이 뻥 뚫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내뱉는다.
절에 있는 찻집에서 그윽한 다향에 취할 수 있는 것도 수종사를 찾는 이유다.
찻집을 지키는 보살의 잔소리가 거북살스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경치와 어울리면 그조차도 정겹다.
지난해 개관한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도 새로운 명소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안내원이 커피의 역사, 일생, 문화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커피 매니어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설명이다.
절로 ‘지적 충만’을 만끽하게 된다.
옥상에 마련된 커피 재배 온실에서는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달린 커피나무를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밤에 열리는 클래식 음악회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음악회가 끝나고 열리는 와인 파티에서 부부의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
퇴촌 스파랜드…노천온천 겨울이 제 맛
겨울철의 스파 여행.... 좋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차가운 바깥 공기에 얼굴을 맡기면
어느새 기분이 상쾌해진다.
‘스파’는 벨기에 리에주에 있는 온천 도시의 이름이자
‘광천’을 뜻하는 말로 ‘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포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사이 시설 좋은 스파가 속속 생겨 겨울 관광 명소로 인기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오래되지 않은 스파로 이천시 테르메덴(031-645-2000)과
광주군의 스파랜드(031-760-5700)를 꼽을 수 있다.
두 곳 모두 서울과 가깝다는 것이 이점이다. 늦게 개장한 신흥 스파임에도 그 이름이 귀에 익숙하다. 매체에 여러 번 소개된 탓이다.
테르메덴은 각질을 제거해주는 ‘닥터 피시’ 탕으로 유명하다.
시설도 편리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부부가 조용히 스파를 즐기려면 퇴촌의 스파랜드를 찾는 것도 좋다.
이곳의 첫 느낌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회색빛 건물 한 동. 제법 규모가 크긴 하지만 고급스럽진 않다. 게다가 산을 개간해서 주차장부터 구릉 지대다. 그
럼에도 스파 명소로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다.
야외 정원 족탕과 불가마 찜질방, 노천 아쿠아탕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선 불가마 찜질방과 연결된 야외정원에서는 찜질복을 입고 족욕을 즐길 수 있다. 탁 트인 하늘과 맑은 공기는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또 노천 아쿠아 탕에는 다양한 이벤트탕이 있다.
이 정도는 어느 스파나 갖추고 있는 시설일 수 있지만 마치 산속에 푹 파묻혀 있다는 독특한 기운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탕 만큼 깊은 하늘과 숲이 펼쳐지니 싱그러움이 한껏 밀려든다.
마치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기듯 산속의 청신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니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 다양하게 열리는 계절별 행사도 관광객을 끈다.
별관인 허브 그린랜드에서는 허브 비누, 피자, 케이크, 쿠키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고
2월 18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스파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나면 배가 고프다. 퇴촌∼양평을 잇는 국도변은 오래전부터 소문난 카페촌이다.
그중 양평 힐사이드 앞에 있는 미소정원(031-774-0192)은 웰빙 한정식 전문점으로
깔끔하게 사철 꽃을 심어 놓은 자그마한 소정원이 눈길을 끈다.
내놓는 음식에는 정성이 가득하다.
메인 요리를 먹고 나면 나오는 밥반찬도 직접 만들어 손 맛이 담겨 있다. 지금도 궁중 요리를 배우고 있는 여주인 김래옥 씨 솜씨다.
음식 맛을 아는 단골 손님이 주로 찾는데 그 맛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여주 신륵사,…돛배에 걸친 물안개 추억
경기도 최동단에 위치한 여주에는 빼어난 여행지는 없다. 대신 사계절 내내
고만 고만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매력이다.
여주 사람들이 ‘여강’이라 부르는 남한강은 주변 풍경이 수려해
오래전부터 문장가들이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신륵사의 강월헌, 서쪽 언덕 위의 영월루 정자, 황포돛배가 강변과 어우러지면 한 폭의 수채화를 빚어낸다.
수로가 발달했던 때는 황포돛배가 강변을 그림처럼 수놓으며 떠다니곤 했다.
지금의 조포나루터 앞에는 그때를 재현한 돛단배가 관광상품이 되어 강변을 넘나든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찾는 이가 없어 돛단배는 그저 강 위에 둥둥 떠다니지만
조각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합세하면 밋밋한 겨울 강의 경치가 한결 빛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100년 전으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 착각에 빠진다.
여주 여행의 백미는 신륵사를 돌아보는 일이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 천년고찰은
세종 때 왕사(王祠:임금이 세운 사당)로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큰 절이었다.
경내에는 이성계가 심었다는 향나무와
나옹선사의 지팡이가 자랐다는 은행나무가 연륜을 자랑한다.
부처를 모시는 사당인 극락보전과 극락보전 앞에서 신륵사의 중심축을 지키는 다층석탑,
목은 이색의 문학비, 흙 벽돌로 쌓은 다층전탑 등도 볼거리다.
무엇보다 절 앞 강가 절벽에 세워놓은 강월헌과 무명석탑이 신륵사 관광에 마침표를 찍는다. ‘달을 낚는 정자’라고도 불리는 강월헌에 오르면 남한강의 물굽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여강의 모습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나무 서리에 나뭇가지가 하얗게 변하는 날에도 오리떼들은
하늘하늘 피어나는 물안개 사이로 강변을 배회한다.
신륵사 강 너머에 있는 금모래 은모래 유원지는 야영도 가능해 관광객이 붐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신륵사가 한눈에 들어오니 그 웅장함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그저 중년의 부부들이 한갓지게 여행을 즐기기 좋다.
여행이 힘들다면 잠시 여주 참숯마을(031-886-1119)에 들러 찜질을 즐기자.
2005년에 개장한 숯가마는 시설이 편리하고, 터가 넓어 쉬기에 좋다.
식당에서 직접 구워 먹는 돼지고기 바비큐도 일품. 이 글이글 타오르는 숯불에 몸을 지지고, 달큰하고 구수한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일상의 스트레스는 봄눈 녹듯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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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테이 체험단 되고,여행지원금받자!~ (0) | 2009.0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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